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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미지의 세계에서 ‘나’를 발견하다 - 마추픽추로 가는 길

사람은 무엇으로 성숙해지는가.



정말 오랜만에 혼자만의 긴 여행을 했다.  1996년 여름, 4주간의 러시아와 동유럽 배낭여행을 한 이후로 28년만이다.  그동안 바쁘게 앞만 보며 달려온 인생을 한 번  돌아보고 나의 인생에서 진정 중요한 건 무엇인지 다시 한번 되짚어 보는 시간이었다.   1996년, 20대에는 ‘나는 누구인가’ ‘삶의 목적은 무엇일까’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의미 있는 인생을 살 수 있는 것일까’…  인간의 생로병사와 희로애락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는 여행이었다면, 올 여행은 지난 30여년간의 나의 삶을 돌아보고 앞으로 30년은 어떻게 더 의미 있게 살아야 할까 새로이 다짐하는 시간이었다.  

올 6월 아들도 대학을 졸업하고 그동안 나름 열심히 살아온 나 자신한테 휴가를 선물하고 싶었다.  그냥 한 달간 아무도 모르는 새로운 곳에 가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쉬고 싶었다.  휴가 동안 서핑을 배워볼까 하는 생각에 가까운 남미에서 좋은 서핑 휴양지를 구글에서 검색하다 페루에 있는 후완차코라는 도시를 만났다.   서핑으로 유명한 아름다운 작은 해변 도시였고 페루에 있는 마추픽추에 한 번은 꼭 가고 싶다는 20대 부터의 꿈이 떠올라 목적지로 정했다.  

7월 초, 잉카 문명의 수도였던 쿠스코에 도착, 마추픽추를 향한 5일간의 등산은 내게 있어 새로운 도전이었다. 버스를 타고 편하게 오를 수 있는 기회를 마다하고 등산으로 마추픽추에 오르는 어려운 길을 선택했다. 가파른 등산로를 오르며 고지대라서 신체적 부담은 만만치 않았다. 심할 정도로 가쁜 숨을 고르며 이번 여행은 내 체력의 한계에 도전하는 여정이었다.  

등산 첫날은 내가 도대체 50대에 왜 이런 것에 도전을 했나 후회가 들면서 포기할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들었다.  새벽부터 22km를 걸어 저녁 7시가 가까워 캠핑 장소에 도착했을 때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느껴지는 통증으로 저녁도 먹고 싶지 않았고, 다음날 이 몸을 이끌고 어떻게 또 걸어야 하나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아침이 되니 밤새 수면을 통해 몸은 회복이 되어 통증이 없어졌고 5일 일정 중 가장 힘든 코스를 마쳤다는 성취감과 왠지 모를 자신감이 생겼다. 

 이 때 문득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가슴을 스쳤다.  삶이 던져주는 어려운 과제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고 가끔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힘든 나날도 있겠지만, 그날 하루, 하루 열심히 살아내면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우리는 인생에서 성취감과 자신감을 얻게 되고 인생의 의미를  찾게 되는 게 아닐까.   

인생은 누구나 죽음을 피해갈 수 없는 여정이다.  모든 생명은 태어나 성장하고 무르익어 각자에게 주어진 시간이 끝나면 모두 우주의 품안으로 다시 돌아간다.  인간은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무한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인생에서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돌아보게 된다.  

우리는 물질적 부와 명예만을 추구하다 인생의 의미와 자신에게 진정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망각하고 살지는 않았는지  가파른 산을 오르며 올라온 길을 되돌아보았다. 페루에서 나 혼자만의 시간으로 들어가 나의 내면을 돌아본 자아 성찰의 시간은 나의 영혼을 한 단계 더 성숙하게 한 값진 시간이었다. 

공자는 50세는 지천명이라 했다.  하늘의 뜻을 깨닫고 받아들이는 나이라고 한다.  불완전 한 나 자신을 인정하고, 내게 주어진 숙명을 받아들이고 진정 나 답게 살아도 괜찮은 나이이다.  


인생은 경주가 아니라 여정이다.



마추픽추 등산은 오랜 동안 나의 버킷 리스트 중 하나였다. 잉카 문명의 수도였던

쿠스코에서 마추픽추까지 가는 등산 코스는 잉카 트레일 (Inca Trail)과 살칸타이 트렉

(Salkantay Trek)두가지가 있다. 버스와 기차를 타고 이틀만에 방문하는 코스도 있지만,

내가 해보고 싶었던 건 등산을 해서 가는 것. 잉카 트레일은 하루 관광객 수가 한정이

되어 있어 최소 3개월전에 예약을 해야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자연 경관을 더 즐길 수

있는 살칸타이 트렉을 가기로 했다. 알파카 투어라는 회사에 등산 투어 예약을 하고

7월 2일에 쿠스코에 도착, 고산 지대에 적응하기 위해 시내 구경을 하며 휴식을 취했다.

7월4일, 새벽 6시, 해발 3900미터에 위치한 소라이팜파라는 타운에서 시작한 첫날

등산은, 해발고도 4200미터 후만 타이 레이크를 2시간에 걸쳐 올라갔다 내려온 후, 다시

가파른 등산로를 걸어올라 해발고도 4600미터의 살칸타이 패스를 지나 총 22 km를

걷는 코스였다. 눈으로 덮인 빙산을 배경으로 한 등산 첫날은 저산소와 가파른 산길

등산으로 내 체력의 한계에 도전하는 하루였다. 새벽부터 산을 오르며 가쁜 숨을

고르느라 몇 분에 한 번씩 걸음을 멈추고 쉬면서 포기하고 싶은 생각과 이번 도전을 꼭

완수한다는 각오가 교차했다. 내가 힘들어 하는 것을 보면서 아메리코라는

투어가이드는 계속 “이건 경주가 아닙니다. 자신의 페이스에 맞춰 가세요” (“It’s not a

race. Go at your own pace”) 라고 말해줬다. 그  말이 왠지 모르게 격려가 되어 한걸음

한걸음 올라가는데 도움이 됐다.

등산과 마찬가지로 인생은 경주가 아니라 여정이다. 모두 자신만의 길이 있고 여정이

있다. 남들에 비해 뒤쳐졌다는 생각으로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말자. 남의 시선이나

나이에 구애받지 말고 도전하고 싶은 게 있다면 한번 행동으로 옮겨 보는 건 어떨까.

같은 재정 컨설팅 분야에 있는 친구 빌이 클라이언트와의 대화에 대해서 얘기해 준 게

기억에 오래 남는다. 하루는 60세가 된 제인이라는 고객분이 찾아와서 약간 근심 어린

얼굴로 로스쿨에 가고 싶은데 재정상 가능하겠냐고 물었다고 한다. 그동안 재산을 잘

모았고 현명하게 관리를 하고 있었는데 시나리오를 계산해 본 후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하자 제인의 얼굴이 이내 밝아지며 말했다. “근데 내 아들이 반대하면서 이렇게

얘기하더군요.” “엄마, 로스쿨을 마치면 엄마는 63세이세요. 왜 지금 그걸 하시려고

하나요?” 그래서 제인이 말했다고 한다. “아들아, 내가 로스쿨을 안가도 3년후면 난

63세란다. 난 그동안 나의 꿈이고 하고 싶은 걸 하면서 63세가 되고 싶단다.”

지금 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 나이를 핑계로 주위의 시선을 핑계로 주춤 거리는 게 있다면

다시 꿈을 꾸고 계획을 세워 보는 건 어떨까. 그게 취미 생활이든 새로운 커리어이든

한번 도전해보자.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어려움을 극복하고 오늘 하루에 집중해서 나의

몸과 마음의 정원을 가꾸어 갈 때 인생이 풍요로워지는건 아닐까.


글_ 미셸 조 


조은형 (Michelle Cho), CFP, BFA, ChSNC

UCSD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코넬 대학원에서 2년간 고에너지 물리학 공부를 하다 진로를 바꿔 현재는 Echo Wealth Partners라는 재정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Certified Financial Planner, Behavioral Financial Advisor, Chartered Special Needs Consultant 자격증을 가지고 있으며 고객의 가치관에 기반한 재정 목표 설정을 돕고 재정 계획 및 전반적인 투자 관리 일을 하고 있다.  고객이 현명한 재정 관리와 계획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이고 윤택하고 의미있는 삶을 살수 있도록 돕는 것이 회사의 목표이다. 필자는 비영리 봉사 단체인 글로벌 어린이 재단과 로터리 클럽 멤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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