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PA 북미주사제연합회 라스베이거스 연합 미사
유동성 많은 신자들을 배려하고 신앙적 ‘일체’를 이루어 나갈 것
‘성 정하상 바오로 성당’을 찾았다. 처음 취재의 목적은 라스베이거스를 방문한 KAPA북미주 사제연합회에 속한 사제들의 미사를 타운 뉴스에 소개하려는 것이었다. 흩어져 사역하던20여 명의 사제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것은 좀처럼 쉽지 않은 일이고, 신자들 입장에선 뜻깊은 자리였다. 단상을 채운 하얀 가운의 사도들, 성스러운 미사 진행 그리고 신자들의 신앙 고백이 성당으로 가득 찼다.
돌아와 기사를 작성하려는 순간, 내가 가진 자료는 어린 아이들처럼 맑게 웃고 있는 사제들의 사진과 한 장 분량의 인터뷰 내용뿐이었다. 현학적인 설교의 날카로움도 없었고, 요한 윤정엽 담임 신부의 인터뷰에도 복잡한 교리의 나열은 없었다. 그런데 그 풍경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그래서 그 풍경들을 1인칭 시점에서 품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기자는 개신교 신자로 과거 전투적인 신앙적 논쟁을 해본 경험도 많고, 종교계의 개혁에 관해서도 늘 치열했다. 성당 뒷자리에 앉아 미사를 바라보다 문득 담담하고 심지어 잔잔해진 자신을 보았다. 재미있고 유머있는 말씀으로 은혜를 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신부님의 자백(?)이 오히려 신선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정신없이 미사 사진을 찍고 집에 돌아와 열어보니 사진기에 남은 사제들의 얼굴엔 천진한 어린 아이의 미소가 어린다. 엄숙한 미사의 잔영보다는 낯선 곳에서의 시간을 누리는 여행자들 같다. 어느 공동체가 되었든 속 시끄러운 뒷모습은 있기 마련이지만, 상투적인 거룩함을 걷어낸 모습은 참 인상적이었다.
담임 신부님이 까다롭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서 바짝 긴장했지만, 의외로 소탈해서 마음이 누그러졌다. 잘 아실 지는 모르겠지만, 천주교는 본사 직영이고 개신교는 자영업이죠… 신부님의 유머에 웃음이 터질 뻔했다. 어찌 보면 구조의 장점과 단점을 모두 표현하는, 아주 현학적인 비유일 수도 있겠다. 사역하면서 가장 어려운 내면의 고충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외로움’이죠. 갑자기 다른 별에 뚝 떨어져서 혼자 생활하고 혼자 밥 먹고. 너무 말이 하고 싶을 땐 쉬는 날 이웃 도시에서 사역하는 형님 신부님을 찾아가는 여행이 유일한 사치입니다. 그래서 이번처럼 이렇게 많은 동료 신부님들이 모여서 너무 즐겁습니다…
스스로를 주재원이라 표현하는 요한 신부는 미국은 처음인지라, 라스베이거스라는 별에 떨어졌을 때, 미국이 다 베가스처럼 번쩍거리고 화려한 줄 알았다고 한다. 이제 3년 반 정도가 지나니 죄악의 도시라고 부르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베가스의 로컬을 소개할 정도로 애정도 깊어졌다. 쪼개고 아껴야 지낼 만하고, 그래도 불편하진 않다라는 신부님의 청빈한 에피소드를 들을 때, 먹먹함이 스며들었다. 궁색하기보다는 박봉을 쪼개어 또 다른 자에게 나눔을 갖는 여유가 경이롭다. 기자를 포함한 속세의 사람들은 가지지 못하면 불편하고 낙심한다. 하나님 외에 사랑하는 것들이 너무도 많다. 서로 사랑하라 하셨지만, 주로 ‘내 것’을 사랑한다. 신 외에 다른 것을 가질 수 없는 삶을 끝까지 견뎌야 하는 사제들의 숙명이, 툭툭 풀어놓는 요한 신부님의 농담 속에서 진하게 다가왔다. 감추지 않고 너무도 쉽게 속내를 풀어내는 것은 이미 번민의 요소가 아님을 반증하는 것. 그 자유함을 마주하는 순간, 하나님 시선 앞에 나를 던져 놓으니… 부끄러웠다.
라스베이거스에서 26년 전 5명의 신자가 가정집에서 미사를 드리며 시작했던 바오로 성당의 역사는 현재 250여 명으로 늘어났고, 레지오 봉사단은 노숙자에게 음식을 제공하는 일도 열심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다소 활동이 위축되었지만, 다시 회복을 위한 노력이 진행중이다. 가장 최우선하는 신앙의 가치에 대해 요한 신부는 “그것은 ‘일치’입니다. 베가스는 타주에서 모인 사람들이 많고 신자들의 상당수는 은퇴자들이죠. 생활의 차이도 있을 수 있고, 사고의 갈등도 적지 않아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여유가 필요합니다. 우리의 신앙은 그들의 적응을 돕고 ‘일체’를 이루어 나가는 역할을 해야할 것입니다.”
낯선 베가스에서 교인들을 만날 때,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우리 교회로 오세요.”… 좀 아쉬운 마음이 든다. 어설픈 전도 아닌 전도보다, 신앙인으로서 하나님에 대한 사랑을 먼저 공유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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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_ 제이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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