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를 마칠 즈음 그녀는 갑자기 눈물을 글썽였다. 뜻밖이었다. “팬데믹 이후 불이익을 당하거나 공격의 대상이 되어버린 아시안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픕니다. 왜곡된 인식 속에서 피해를 당하는 약자들에게 작은 보탬이 되고 싶은 마음으로 공정하게 일하고 싶습니다.” 마이너리티의 아픔을 공유할 줄 아는 마리아 갈(Maria Gall) 판사의 진정성에 감동이 밀려왔다.
인터뷰 내내 흐트러짐 없는 모습에 긴장감을 갖기도 했지만, 한국인 어머니에 대한 애정과 한국 문화를 사랑하는 그녀의 마인드는 호감이 배가되기에 충분했다. 올해 네바다주 클락 카운티의 제8 사법 지방 법원에 임용된 마리아 갈 판사. 공인의 위치에 있지만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준 그녀에게 감사를 표한다.
*켄터키 주에서 자라며 법조인을 꿈꾸다
마리아 판사는 오랜 시간을 켄터키에서 보냈다. 군인인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를 두었다. 다정한 어머니의 된장 찌개를 좋아하고 정서적 기본 성향도 한국적인 것에 익숙하다. 왠만한 한국말은 거의 알아듣는다고 한다. 그녀가 거주했던 켄터키에는 한국인들이 상당수 있어서 다국적인 커뮤니티에서 성장했다. 실제로 아버지의 부임지를 따라 한국의 작은 시골 도시에서 3년 정도 지내기도 했다.
마리아 판사는 켄터키 대학 로스쿨을 우등으로 졸업하는 등 학업 성적이 뛰어났고, 법학 학위 이외에도 정치학 석사이기도 하며, 음악도 전공해 콘서트 피아니스트로도 활동했다. 로스쿨을 졸업한 후 뉴욕에서 변호사 업무를 시작했고, 켄터키 대학에서 조교수로 국제 인권법을 강의했다.
2019년 마리아 판사는 라스베이거스 대형 로펌에서 변호사로 상법 소송을 전담하게 되었다. 그리고 인종 평등 및 다양성 이니셔티브 운영위원회에서 활동했다. 이러한 이력이 말해주듯이 그녀는 마이너리티의 권익에 지대한 관심이 있었기에, 공정성을 생명으로 하는 판사에 임용된 것은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다.
*다양성을 존중하고 대변하는 판사가 되고 싶다
변호사로 대성할 수 있었는데도 왜 판사가 되기를 희망했냐는 질문에 마리아 판사는 “저는 베가스의 다양성을 사랑합니다. 팬데믹 동안 생각할 시간이 많았고, 공의적인 서비스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죠. 다양한 인종, 불이익에 노출된 여성들을 위한 공정한 판결이 필요하다고 절실히 느꼈고, 고민 끝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라고 피력했다.
그녀는 자신이 한인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현재 네바다주에는 단지 3명의 한인 판사가 있는데, 베가스에는 제가 유일한 한인 판사로서 한인들의 권익을 대변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라고 전하면서, “한인들은 공적인 권리 행사를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민 참여로 이루어지는 투표 활동에 참여를 많이 해야 한인 커뮤니티의 목소리를 키울 수 있습니다. 그러한 파워가 법적인 판결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라고 한인들에게도 특별히 당부했다.
마리아 판사는 1,5000달러 이상의 민사 소송에 관여하게 되고, 교통 사고, 의료 사고, 고용인을 위한 노동법, 재산법 등의 판결을 맡게 된다.
*그녀가 사랑하는 어머니와 가족애
마리아 판사의 가족 사랑은 한국 사람들의 가족애와 많이 닮아있다. 집에서는 어머니의 한국말에 익숙하고, 한국 음식과 문화에도 거부감이 별로 없다. 지난 6월 판사 임용을 앞두고 그녀의 어머니는 손녀를 돌봐주기 위해 5월에 라스베이거스로 이주했다.
어머니는 베가스의 한인 커뮤니티가 너무 좋다고 하신다. “한인 마켓도 가깝고, 다양한 한국 음식도 쉽게 접할 수 있고, 다양한 볼거리가 있어서 매우 만족하신답니다.”라며 그녀 또한 어머니와 함께함을 기뻐했다. “팬데믹 동안에 딸의 돌을 맞이했는데, 밖에서 돌잔치를 할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어머니가 직접 차려주신다고 집에서 떡을 만드느라, 집안이 온통 난리가 났어요. 그래도 따뜻하고 재미있는 경험이 되었죠.” 활짝 웃으며 그 날의 추억을 회상하는 그녀의 모습이 너무도 푸근해 보였다.
마리아 판사에게는 앞으로 열린 시간들이 책임감과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다. 10여 년 이상의 법조계 경험을 바탕으로 공정하게 이끌어갈 공적 영역이 견고하길 희망하며, 어머니와 함께 시작하는 베가스에서의 생활도 행복한 만족이 되기를 바라본다.
글_제이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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