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wak Ballet Academy 곽규동 대표 & 이유미 원장
이 ‘부부’는 아름답다. 쉽지 않은 길을 쉬지 않고 함께 걸어왔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졸업 무렵 콩쿨에서 만난 이후, 지금까지 ‘발레’는 그들의 인생이자 사랑이다.
곽규동 대표, 이유미 원장을 처음 마주한 곳은 ‘호두까기 인형’ 공연장에서다. 학예회쯤으로 여기고 좌석에 앉았지만, 공연이 시작되고 깜짝 놀랐다. 무대 배경이나 공연 수준이 상당히 높았다. 모처럼 베가스에서 발레 공연을 제대로 감상하는 기쁨이 넘치는 겨울 밤이었다.
매년 크리스마스가 되면 아카데미 제자들과 함께 호두까기 인형을 무대에 올리는 이 부부의 열정은 프로 그 자체다.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쉽지 않은 프로젝트를 분기별로 공연을 준비한다. 이유미 원장은 “무대 뒤에서는 정말 전쟁터예요. 아이들 순서 챙기랴, 무대 배경 바꾸랴, 손이 열 개라도 모자라죠. 무대의 크리스마스 대형 트리도 손으로 직접 만들었어요. 그래도 큰 실수없이 무대를 마치고 나면 보람도 느낀답니다.”라며 공연 에피소드를 전했다.
인터뷰 처음엔 까칠하게 느껴졌던 곽규동 대표는 이야기를 풀어나갈수록 숨어있던 순수함의 수다가 술술 풀려나왔다. 그의 이력은 말할 필요도 없이 화려했다. 일반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었음에도 중앙 무대에 발탁이 된 발레 영재였다. 19세에 유니버설 발레단에 입단했고, 21세에 최연소 수석 무용수가 되었다. 이후 러시아 키로프 발레단의 초청 무용수로 활약했고, 대한민국 무용제에서도 연기 대상을 받았다.
그렇게 무대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치다가 1998년 네바다 발레단에 초청된 것을 계기로 미국에 머물게 되었다. 여기서도 역시 주역 무용수로 활동했고, 발레 마스터인 코치를 맡기도 했다. 한국에서의 활약이 대단했는데, 굳이 미국 무대에 둥지를 틀 이유가 있었느냐는 물음에 곽대표는 “이른 나이에 수석 무용수로 발탁되어 활동 기간이 길었고, 발레 무용수는 생각보다 일선에서의 수명이 짧은 편입니다. 그래서 심사숙고했고 미국행을 결정했죠. 그 때 아내와 만나고 있었기 때문에 결혼해서 새로운 외국 생활을 꿈꾸기도 했어요.”라고 회상했다.
같은 유니버설 발레 단원이었던 아내 김유미 원장은 오히려 네바다 발레단에 함께 입단해서 수석 무용수로 각광을 받았다고 한다. “17세에 유니버설 발레단에 입단해서 11년을 활동했어요.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젊은 무용수에 치여 고민하던 차에 남편의 권유로 미국에 오게 되었죠. 아들을 갖고 건강이 안 좋아서 무용을 포기할까도 생각했는데, 오히려 주목받기 시작했어요. 주연 무용수로 발탁되어 13년 동안 무대에 서다가 40세에 은퇴를 했으니 정말 은혜로운 경험이었죠.” 이원장은 아직까지도 인형 같은 외모와 선을 유지하고 있어서 현역이라 해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곽대표도 마찬가지. 올곧은 몸의 선이 아름답기까지 하다.
이런 몸매를 아직까지 유지하려면 각고의 노력이 필요할 것 같지만, 부부는 너무도 가볍게 말한다. “발레는 우리의 일상이라 그렇게 치열하게 연습하지는 않아요. 발레 슈즈를 신으면 저절로 몸이 움직이죠.” 밝게 웃으며 말하는 그들에게 발레는 이미 천직이자 한 몸이 되었음을 발견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들은 ‘발레 아카데미에 영혼을 갈아 넣었다.’고 말한다. 유타 세인트 조지 픽시 유니버시티의 교수이기도 했던 곽대표는 학교보다도 그들이 만든 아카데미가 더 소중해서 결국 올인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장밋빛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초반에는 영재와 전공자들을 키워내는 굵직한 아카데미 역할을 했지만, 서브 프라임 시기에 오픈한 탓에 어려움을 겪었다. 다시 도약의 시기를 걷다가 팬데믹이란 큰 벽을 만났다. “오직 발레만 생각하며 살아오다가 이렇게 어려운 벽을 만나리란 것 상상을 못했죠. 아끼던 차까지 팔아야 했던 순간도 있었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어요. 그런 과정 속에 한 가지 크게 깨달은 게 있지요. 발레가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넓게 보는 눈이 생겼어요. 이 모든 것이 인생의 한 ‘파트’임을 바라보게 된 겁니다. 그러다 보니 아카데미의 프레임 자체가 달라지기 시작했어요. ”진지하게 말하는 곽대표의 표정이 점점 활기를 띠며, 새롭게 다가오는 그들의 패러다임에 대해 즐겁게 말했다.
영재 아카데미에서 생활 발레로 반경이 확대되었다. 학습의 범주에서 삶의 교류로 의미가 깊어졌다. 다인종 교습생이 늘어나고, 30, 40, 50대 어른 클래스가 만들어졌다. 라스베이거스의 발레 문화센터로 거듭나게 되었다.
“발레는 ‘언어’입니다. 말을 하지 않고 몸으로 표현하기에 때로는 더 간절하고 더 깊어지기도 하죠. 그 언어가 너무 틀을 갖기 보다는 건강한 삶을 즐기는 방향으로 확대되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아요. 발레를 하면서 행복을 느낀다면 그것이 저희의 선물입니다.”
아름다운 부부의 활짝 개인 웃음 소리를 들으며 한 길을 오롯이 걸어온 이들이 ‘해탈’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깊은 공감의 기쁨을 느꼈다.
오는 6월에 ‘잠자는 숲 속의 미녀’가 모던 발레로 무대에 올려질 예정이다.
▶Las Vegas Ballet Company / Kwak Ballet Academy
▶주소: 1350 S. Jones Blvd #110 Las Vegas NV 89146
▶전화: (702)275-4713
글_ 제이스 이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