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미술대전 ‘특선’의 쾌거
한글 캘리그라피로 제자 양성, 전시회를 미 전역으로
제2의 인생을 멋지게 열어 가시는 분을 만났다. 우봉 김정현 화백. 2023년 제42회 대한민국 미술대전 문인화 부문에서 ‘특선’으로 입상하는 큰 쾌거를 이루었다. 더 놀라운 것은 미술학도가 아니라 은퇴를 준비하던 시기에 취미 생활로 문인화를 접한 이후, 전문 예술가로 거듭났다는 점이다.
“한 25년 전쯤인 것 같습니다. SNS를 통해 소치 선생님의 능수능란한 산수화를 접하게 되었죠. 자유롭고 강한 터치에 매료되어 스승님으로 모시게 되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워낙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기에, 진한 먹을 사용하는 산수화에 빠져들었죠.” 김 화백은 지난 날을 회상하며 새로운 인생의 시작이 된 화가로서의 삶을 즐거워했다.
김 화백의 미국 생활은 40여 년을 넘어서고 있다. 모 기업 LA지사장으로 발령받아 왔다가, 5년 후에 자신의 회사를 만들었다. 말레이시아와의 무역업을 2019년까지 한 뒤 은퇴하였다. 라스베이거스에는 2016년에 정착했다.
그는 한국 문인화 대전에서는 7년간 입상을 했을 만큼 뛰어난 재능을 선보이며, 한국과 미국에서 다수의 전시회를 열었다. 지금까지 6차례 개인전을 개최했고, 프랑스 파리 초대전(2010년), 국제 현대 서화 작품전(2012년)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그런 내공이 쌓여 올해 대한민국 미술대전 ‘특선’이라는 큰 상을 받게 되었다.
이번 쾌거에 대해 김화백은 “베가스에서의 휴양(?) 생활이 저의 그림 솜씨에 도움이 된 것 같아요.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팬데믹 동안에 집 안에 갇혀 지낼 때, 2층 화실에서 붓을 잡는 횟수가 많아졌습니다. 날마다 그리고 또 그리고… 그렇게 인고의 시간을 통해 이번에 출품했던 국화도를 완성하게 되었죠.”라고 회고했다.
우봉 김화백은 캘리그라피에도 조예가 깊다. 수묵화에 어울릴 필체를 고심하다가 수려하게 흘러내리는 캘리그라피의 매력에 빠져들게 되었다. 스승 임정수씨의 필사를 닮아가다 보니, 어느새 그만의 독창적인 필체를 만들어내기에 이르렀다. 캘리그라피는 현재 한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한글 아트이다.
이 분야가 김화백의 또다른 삶을 열어 나가는 원동력이 되었다. 캘리그라피 문화센터를 통해 제자들을 길러내기 시작했다. 그 결실로 작년 6월 웨스트 사하라 라이브러리에서 정식 전시화를 가졌다. 32명의 작가가 자비로 전시회를 열어 3,400명이 다녀가는 성황을 이루었다.
캘리그라피는 문인화보다 훨씬 대중성이 강하기 때문에 교민 사회에서도 파급효과가 매우 크다. 김화백은 “워낙 아름다운 한글 아트이기 때문에 미 전역에 알리고 싶었습니다. 한인들에게도 인기가 있지만, 외국인들에게 더 큰 관심을 받곤 합니다. 앞으로 봉사하는 마음으로 불러 주시는 어느 곳이든 작품들을 소개할 계획입니다.”라며 자신의 소명을 강조했다.
캘리그라피 전시회를 향한 러브콜은 뜨겁다. LA 한국문화원 전시를 필두로, 밴쿠버에서도 1,700명 정도가 전시회를 찾았다. 캘리그라피를 직접 시연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아이들에게까지도 큰 인기를 끌었다. 현재 알라스카, 시애틀, 애리조나, 미네소타, 뉴욕 등에서 전시회 요청이 있다.
라스베이거스에서는 클락카운티와 협력 하에 도서관 전시를 기획하고 있다. 주로 제자들의 작품들을 전시할 예정이다.
김화백의 아내 김혜옥 여사도 수묵화에 색채를 입혀서 그리는 화가이다. 부부 전시회를 갖기도 했다. 두 사람 모두 미술 전공자가 아닌데도, 화가로서 인정받고 활동하는 것은 실로 대단한 일이다.
우봉 김화백은 “노년에 열심히 할 수 있는 일이 있어서 너무나 행복합니다. 한글의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관객들을 보면 제 마음에 기쁨이 넘치죠. 앞으로도 제자 양성에 최선을 다할 겁니다. 아메리카 대륙 어디든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면 체계적인 공문을 보내 전시회의 폭을 넓혀갈 생각입니다.”라고 진중한 뜻을 밝혔다.
캘리그라피의 아름다움은 한국 문화의 자랑이다. 새로운 전통 트랜드라 할 수 있다.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뒤따른다면 품격 있는 전시회를 통해 창의적인 한국 문화를 알리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 김화백도 그런 체계적인 문화 전도가 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인생의 황혼기에 흘러가는 시간을 고귀하게 담아 화폭을 채워 나가는 우봉 김정현 화백. 베가스의 붉은 노을만큼이나 아름다운 노신사의 삶의 색채를 바라보며, 꼭 배워야겠다는 존경심이 마음에 가득해졌다.
글_ 제이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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