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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너무 소박해서 ‘행복’할 줄 아는 그 이름 ‘버팔로 홍’

골프 선수 재활 돕고 싶어 시작한 카이로프랙틱

‘애착’이 부정적이지 않다고 당당히 주장하는 가족 사랑 지킴이


그의 이름은 ‘홍준표’, 얼굴은 ‘손흥민’을 닮았다. 물론 마흔이 갓 넘은 그가 정치인 홍준표씨의 이름을 따랐을 리는 없지만, 이름을 듣는 순간은 웃음과 함께 궁금함을 참을 수가 없게 된다. “아버지께서 언젠가 그러셨어요. 사람들이 네 이름을 듣고 웃을 지도 모른다고. ‘표’는 집안의 돌림이고 거기에 준을 붙였을 뿐인데, 성이 또 홍씨인 거예요. 그래서 홍준표가 되었죠. 홍준표라는 분이 재미있는 괴짜 같아서 더 흥미를 가지시는 거겠죠?” 척추 교정 전문의 닥터 홍은 시원스레 웃었다. 그 웃는 얼굴이 또 손흥민을 닮았다. 미국 친구들이 ‘소니’ 닮았다고 자주 말한다고 한다. 닥터 홍은 현재 버팔로 웰니스 센터(Buffalo Injury and Wellness Center)를 운영중이다.


7살에 미국에 온 터라 약간 어눌하지만 한국말을 꽤나 능숙하게 말하는 그는 참 밝고 구김이 없어 보였다. 그래도 인터뷰 형식에 맞추려고 수첩도 펴고 볼펜도 굴리는 사이, 그는 문득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6년 전에 암으로 돌아가신 어머니. 며느리와 손주도 못 보고 돌아가신 어머니의 추억을 떠올리며 금새 그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나는 오히려 마마보이였던 것이 자랑스러워요. 어머니의 아들이니까요. 그만큼 많은 교감을 했고, 지금은 하루도 빼놓지 않고 내 기억 속에서 꺼내 보는 귀한 선물이 되었어요. 어머니의 부재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지만, 지금은 아름다운 추억으로 살아가요. 나는 원래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스타일이었지만, 어머니는 항상 따뜻하게 품어주라고 말씀하셔서, 내 아내와 아이에게 따뜻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입에는 한껏 미소를 띄고, 촉촉한 눈으로 그리움을 담아내는 그를 보며, 의미를 퇴색시키는 것만 같은, 분주히 적어 내려가던 수첩을 조용히 덮어 버렸다. 그의 이야기에만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그리움의 미소가 참 예쁘네요!” 하자, “미소가 뭐예요?” 그냥… 함께 웃었다.

1988년 7살의 나이로 부모를 따라 라스베이거스에 정착한 그는 고등학교를 서머린에서 다니다가, 1998년 뉴욕주의 버팔로로 이주를 했다. 그의 부모님은 그 곳에서 단 하나 밖에 없는 한식당을 하시느라 고생도 많이 하셨다고 한다. 그는 버팔로 유니버시티를 졸업하고 식당일을 도우면서 의사 라이센스를 취득했다. 그는 조용한 버팔로를 사랑했지만, 기회를 위해 다시 베가스로 돌아오기로 결심한다.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 강아지와 둘이서 차에서 먹고 자고 하며 대륙을 횡단했다.


라스베이거스로 돌아와서 그는 골프에 관심을 가지면서 카이로프랙틱(Chiropractic)을 택하게 되었고, 드디어 스프링 마운틴 길에 병원을 개업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가 사랑하던 곳 ‘버팔로’란 이름으로 병원 간판을 올렸다.


이탈리아계 아내 안드리아(Andrea Gee)도 맞이하고 이제 막 돌이 지난 아들 ‘홍지안’도 품에 안았다. 우리 아들 잘 생기지 않았냐, 누구 닮은 것 같냐, 너무 예뻐 숨을 쉴 수가 없다고… 그는 온통 사랑꾼의 면모를 뿜어냈다. 홀로 남은 아버지께 살갑게 대하는 아내 자랑도 빼놓지 않는다. 시아버지를 위해 준비한 도시락에 한글로 편지를 넣어 드리고, 시누이와도 매일 화상통화로 일상을 나누는 아내 덕분에 닥터 홍의 밝은 얼굴에 더 화사한 꽃이 피었다.


평범한 것 같지만 가족이 일생의 가장 소중한 존재로 여겨진다는 건 의외로 큰 축복이다. 비록 어머니를 여의었지만 그에겐 ‘아버지’란 우산이 곁에 있다. 처음 인터뷰를 요청했을 때, 아버지에게 여쭤보고 결정하겠다는 그의 말이 의아하게 들렸지만 2시간 가까이 정겨운 그의 스토리를 듣다 보니 가족의 긍정적인 애착 관계를 발견하게 되었다. 아낌없이 사랑받고 따랐기에, 그 배운 사랑으로 다시 풍성한 사랑의 열매를 맺어가는 그의 여정을 보며 긍정의 에너지를 가진 의사가 환자에게도 휠씬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닥터 홍은 병원의 흥행보다는 삶의 여유와 행복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저는 의사라고 티를 내는 것도 좋아하지 않고, 그저 평범한 치료인으로 환자를 대하고 싶어요. 의사는 사회적 지위가 아니라, 환자를 도와주는 사람일 뿐이에요. 제가 한국말을 잘 못하는 것 같아서 처음엔 한인 환자를 꺼렸지만, 지금은 반갑게 마주하고, 덕분에 한국말도 많이 늘었어요. 즐겁게 일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리고 “저는 풋볼팀 ‘버팔로 빌즈’를 너무 사랑하는데, 제 아들이 커서 이 팀의 팬이 될 수 있다면 제 인생은 바로 ‘성공’이자 꿈을 이룬 겁니다.” 너무 잘 웃어서 눈가에 참새 발자국이 콕 찍힌 닥터 홍. 그의 아들 지안이는 언제쯤 알게 될까. 아빠가 꿈이 너무 소박하다는 것을.


▶문의: (702)898-8300

▶주소: 6420 W. Spring Mt. Road Suite 18


글_ 제이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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