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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부처님 오신날’ 보리사 연등제 - 소원을 담아 희망의 꽃을 피워요

연등 공양은 ‘꺼지지 않는 등불’ 의미

다시 희망이 꽃피는 일상 꿈꿔


모래 바람이 해를 가릴 정도로 몹시도 불던 날, 보리사를 찾았다. 현관문이 열리고 형전 스님의 활짝 개인 미소가 반겨 주었다. 불당이 자리한 거실 천장에는 연등이 가득 달려 있었다. 곧 ‘부처님 오신날’이라 연등제가 궁금했었다.


한국의 사찰을 생각하면 마당에 줄지어 달려 있는 아름다운 연등이 떠오르지만, 여기는 바람 많은 라스베이거스! 마당에 걸었다가는 다 날아가 버릴 것이다. 그래서 보리사의 연등들은 불당 안에 조롱조롱 달려 있다.


“연등 공양은 꺼지지 않는 등불을 의미합니다. 가난한 여인이 머리카락을 잘라 판 돈으로 등의 불을 밝혔는데, 오직 그 등불만 꺼지지 않았다는 이야기에서 유래됩니다. 저희 보리사에서는 몇 분의 신도들과 수제로 정성껏 만들었어요. 이제 연등에 이름표를 붙여 한 분 한 분의 소원을 빌 겁니다.” 형전 스님은 여전히 함박 웃음으로 연등을 설명해 주었다. 이 도량의 주지 스님이신데도 참 귀여우시다. 참한 아이의 미소 같아 마음도 따뜻해졌다.


9살이 될 무렵부터 절에서 자란 형전 스님은 성인이 되어 자연스럽게 불적에 이름을 올리고, 동국대 대학원까지 졸업할 정도로 학구열이 뛰어나고 후진 양성에도 관심이 많았다. 영어 공부를 더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2004년에 도미하여 샌프란시스코에서 젊은 시절을 보냈다. 미국으로 오게 되면 전혀 지원이 되지 않기 때문에 100 달러의 급여로 빠듯한 생활을 하면서도 청소 부업도 하고 빈 병도 모으며 오히려 절에 보탬이 되었다고 한다. “금전적으로는 힘들었어도 돌아보면 그 시절도 너무 행복했어요. 산호세 산 속 깊은 태고사에 옮겨서도 약초를 캐며 재정적으로 항상 자립하고자 했죠. 그 원동력으로 여기 라스베이거스에 개척을 하게 되었습니다. ”형전 스님은 무엇이든 유쾌하게 말한다. 부처님이란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도 술술 풀어내는 이야기 속에 신심이 가득하다.



불가에 오른 것을 한 번도 후회해 본 적이 없냐는 속된 물음에 “단 한 번도 없답니다. 이렇게 혼자 지내도 외롭지 않고 모든 것이 다 재미있어요. 낯선 도시에 적응하는 것도 흥미 있고, 신도를 섬기는 것도 좋습니다. 올 여름부터는 한글학교도 시작해 보려고 해요. 제가 교사 자격증도 있거든요. 최대 정원은 3명이에요~~하하하” 같이 따라 웃어본다. 주체할 수 없는 긍정의 방울들이 팡팡 터져 오른다.


보리사에는 젊은이들에 대한 비전도 많지만, 시니어가 많은 베가스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노인들을 위한 봉사. 외로운 분들을 위해 사찰 내에 쉼터를 만드는 것이 형전 스님의 꿈이다. 시니어 빌리지를 만들어 함께 즐겁게 말년을 보내는 비전을 꿈꾸며 형전 스님은 더 부지런히 움직인다. “모든 것이 욕심대로만 되는 것도 아니고, 부처님은 항상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게 채워 주시죠. 그래서 불만도 걱정도 없어요. 많이도 아니고 한 뼘 정도 꿈을 좀 늘려 놓으면, 다 이루어지리라 믿어요. 무소유는 아무것도 안 갖는 것이 아니라, 필요치 않은 것을 갖지 않는 것이죠. 나 자신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정리하고, 상대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나누는 것이 결국 궁극적인 삶의 깊이라고 봅니다.”


보리사 뒷마당에는 15마리의 닭이 자란다. 날마다 따끈한 달걀을 얻어 신도들에게 선물로 준다. 푸르스름한 귀한 달걀 꾸러미를 받아들고 감사한 마음에 가슴도 뜨끈뜨끈해졌다. 스님과 한껏 수다를 풀어헤치고 보리사를 나설 때, 바깥 세상은 여지없이 모래 바람으로 가득했다.


▶주소: 4662 W. Warm Spring Rd, Las Vegas NV 89118

▶전화: 702)909-9453


글 _ 제이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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