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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오스틴김 - 스트립 대축제 … Rock ‘n’ Roll 마라톤 대회

화려한 야경과 흥겨운 음악 속에 달리는 이색 마라톤

전세계에서 몰린 27,000명의 참가자로 성황



로큰롤 라스베이거스 마라톤 대회(The Rock ‘n’ roll las Vegas Marathon)가 지난 2월 25~26일에 스트립에서 열렸다. 전세계에서 모여든 2만7천여 명의 참가자들이 몰려 대성황을 이루었다. 특히 이 마라톤 대회는 26.219 마일을 달리는 하프 마라톤으로 일반 참가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스트립을 전면 통제하고 다운타운을 돌아서 오는 이 마라톤의 코스는 마라토너들에겐 매우 독특한 기회를 맛보게 한다. 또한 특이한 대회 운영 중 하나가 해가 질 무렵 레이스를 시작한다는 것. 스트립의 화려한 레온사인을 즐기며 흥겨운 음악이 함께해 결승선까지 도달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코스는 라스베이거스 블러버드에서 시작하여 다운타운 카지노 지역을 돌아 미라지 및 베네시안 카지노 근처의 스트립으로 돌아서 골인하게 된다. 이번 2023 대회에서의 하프 코스 우승자는 벤자민 스톤(미국)으로 1시간 12분 대를 주파했다. 이 날 레이스 경기 전체를 월드 리조트에서 대형 전광판으로 생중계를 했다.

로큰롤 마라톤 대회의 또다른 즐거움은 참가자들과 관중들을 위한 뮤직 페스티벌. 다운타운 이벤트 센터에서 토요일 오후 3시부터 9시까지 열렸다. 화려한 DJ 배틀과 일렉트릭 스트링 공연, 공중 공연, 인터랙티브 게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열기를 더했다.

주최 측은 로큰롤 마라톤이 성황을 이루는 이유에 대해서 20여 가지를 선정했다. “스트립 전면 개방과 저녁 레이스, 대규모의 숙소 보유, 레이스 곳곳의 포토존, 스트립 카지노 공연단의 엔터테인먼트 참여, 다채로운 음식, 피트니스 엑스포 개최, 창의적인 굿즈, 나이트 쇼, 결승점의 볼케이노 화산쇼, 자유로운 코스튬 파티 등을 꼽았다.



어느 ‘마라토너’의 이야기 … 그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


“10km까지는 제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달리지만 그 이상을 넘어가면 극한의 투지와 정신력으로 뜁니다.” 연속 3년째 로큰롤 마라톤에서 뛰는 한인 참가자 오스틴 김. 그는 캐나다에서 마라톤을 위해 캐나다인 친구들과 함께 라스베이거스를 찾았다.

그의 하프 기록은 1시간39분 26초. 우승권은 아니지만, 여느 해보다 기록을 앞당겨서 매우 만족스러워했다. “이번 대회는 날씨가 좀 추운 편이었어요. 3~4km를 남겨두고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죠. 이럴 땐 힘이 될 수 있는 상상을 총동원해서 버팁니다. 그렇게 매번 다시는 뛰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이번에도 또 베이거스를 찾아왔네요.” 그는 완주의 기쁨을 나누며 환하게 웃었다.


젊은 시절부터 운동을 워낙 좋아했던 그는 40대 후반의 나이에도 스쿼트 300개, 팔 굽혀 펴기 110개, 코어 운동과 등산 등 웨이트 트레이닝을 매일 거르지 않는다. 그리고 마라톤을 위해 매일 새벽 5시에10km씩 뛴다. 그는 철저한 아침형 인간으로 7시에 잠들고 새벽 2시30분에 기상해서 3시면 출근을 한다고 하니 보통 사람은 아닌 게다.


오스틴 씨는 2015년에 친구들의 권유로 마라톤을 시작했다. BMO 밴쿠버 마라톤에 처음 출전해 5km를 완주한 것을 계기로 9번 정도의 하프 마라톤을 완주했다. 3년 전부터 출전한 라스베이거스 로큰롤 마라톤은 그에게 큰 매력이 있다고 한다. “스트립에서 뛸 수 있다는 경험이 대단하죠. 특히 저녁에 레이스를 시작하기 때문에 야경을 보며 뛰는 묘미가 있습니다. 참가자들의 복장도 자유롭고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도 많아서 흥미롭게 즐기죠.”라며 이 마라톤 대회의 매력을 어필했다. 사실 기자도 다분히 스트립의 행사거니 치부했었지만, 오스틴씨를 통해 로큰롤 마라톤의 진수를 자세히 아는 계기가 되었다.


그는 마라톤 준비에 대해서도 꼼꼼히 설명했다. “준비 과정이 매우 중요합니다. 보통 3개월 전에는 몸을 만들어야 하고, 매일 뛰는 연습과 더불어 식단과 체력 조절도 게을리하면 안 됩니다. 마라톤은 섣불리 도전했다가는 다치기 십상이죠. 10km 이상을 뛰는 훈련이 되어 있다면 하프 마라톤에 도전할 수 있습니다.


오스틴씨는 2015년에 만성피로증후군 진단을 받았을 때, 일상 활동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다고 한다. 마땅히 치료 방법을 찾지 못하고 쉬면서 꾸준히 운동을 한 결과 지금은 80% 이상 회복되었다. 결국 치명적인 건강 악화를 마라톤으로 극복한 셈이다.


그는 마라톤의 의미를 ‘정신력 강화’에 둔다. “본래는 성격이 급하고 경쟁에 무척 민감한 스타일이었는데, 마라톤을 통해 지구력이 강해지고 내 자신을 꾸준히 관리하는 법을 배웠어요. 극한의 어려움을 통해 인내심이 늘어나고 마음을 다스릴 줄 알게 되었죠. 그러다 보니 내 자신을 절제하면서 받는 것보다 주는 기쁨이 더 크다는 생각도 갖게 되었습니다.”라며 육신의 단련이 가져다주는 행복에 관해 담담히 풀어냈다.


그는 밴쿠버에서 북쪽으로 8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 프린스 조지에 살고 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시골뜨기 아저씨라고 하지만, 4개 업체의 대표이면서 매일 새벽에 10km씩 뛰는 그가 평범할 리는 없다. 영하 40도의 겨울이 수개월 지속되는 곳에서 새벽마다 앞마당 눈을 손수 치우며 출근하는 그의 생활이 간단하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새벽마다 몇 십년 동안 말씀을 전해주시는 아버지를 가진 그는 어느새 특별한 아들이 되었다.


그가 보여준 수년 전의 사진과 지금의 모습은 정말 다르다. 시간을 거꾸로 거스르는 듯하다. 워낙 살이 잘 찌기 때문에 먹기 위해서 뛴다고 허드레로 말하지만, 너무도 척박해서 젊은 시절 도망치고 싶었던 그 시골을, 지금은 사랑하게 된 그의 시간들도 특별하다.


“기록에 연연하지 않는 한 계속 마라톤을 할 겁니다.” 어찌 보면 괴짜 같기도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맑은 눈을 가진 한 마라토너가 행복한 마음으로 베이거스를 찾아온다면 반가운 방문객임은 틀림없다. 이 도시가 좋아지는 또 하나의 이유이다.


글_ 제이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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